20년 전 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다 도주한 폭력조직원에게 공소시효 만료로 죄를 물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999년 범행 뒤 도주해 행방이 묘연해진 폭력조직원 ㄱ씨에게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재판을 면하는 것)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1999년 경남 창원에서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상대파 조직원을 납치해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0년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ㄱ씨가 2002년 5월 첫 재판 뒤 도주하면서 재판은 중지됐다. 관련법에 따라 법정형이 10년을 초과하는 사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첫 공판 뒤 17년만인 2019년 ㄱ씨 없이 재개된 1심에서는 ㄱ씨에게 옛 공소시효 조항에 따라 공소시효 15년이 지났다며 면소를 선고했다.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판결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며 공소시효가 늘었지만, 개정 형사법 시행 전 범죄에 대해서는 예전 공소시효 규정을 적용한다는 부칙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이 부칙에 대해 “공소시효에 대해 적용될 뿐 ‘재판시효’에는 적용될 수 없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 범한 죄에 대해서는 부칙에 따라 공소시효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된다. 원심판결에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