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연항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숨은 감염자’로 확인됐다. 전 국민의 97.3%는 백신접종과 자연감염 등으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런 내용의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 국민의 57.65%가 코로나19 자연 감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체양성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가진 비율로, 채혈로 확보된 항체가 ‘엔(N, nucleoprotein) 항원’에 반응하는지로 자연감염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정부는 ‘ 코로나19 비상대응 로드맵’에 따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등이 지난달 초부터 전국 17개 시·도 5살 이상 국민 9959명(분석 대상 9901명)의 검체를 수집해 조사·분석했다.
누적발생률은 38.15%인데, 실제론 57.65% 감염
방역당국의 누적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율은 19.5%였다. 7월30일 현재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코로나19 누적 발생률은 38.15%인데, 조사로 확인된 자연감염 항체 보유자는 57.65%에 달했기 때문이다. 19.5%는 진단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숨은 감염자’라는 뜻이다.
다만 이는 당초 실제 감염자가 누적확진자의 2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보다 적은 수준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조사가 국정과제로 채택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감염규모를 실제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일부에서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의 2배 이상인데 발견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검사의 접근성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등으로 미확인 감염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최근 헌혈자 1만3700명을 대상으로 항체양성률을 조사했는데, 실제 감염자가 확인된 확진자의 2배 이상이었다.
연령별 코로나19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을 보면, 만 5~9살은 79.8%, 10~19살은 70.6%로 소아·청소년의 자연감염 비중이 높았다. 전체평균은 57.65%였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층은 접종률도 낮고, 활동적이어서 전파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높은 소아 항체양성률 결과가 최근 제기된 영유아 마스크 해제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은 “9살 미만의 경우 백신접종 정책 수혜자가 아니었지만 감염으로 항체를 획득한 비율이 꽤 높다”며 “제 경우 (마스크를 해제하기에)충분한 정도라고 보지만, 전문가마다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숨은 감염자는 40~50대에서 많았다. 40대와 50대의 숨은 감염자는 각각 24.8%와 27.7%였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이 연령대가 경제활동인구다. 증상 발현 뒤 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음에도 신고 뒤 (격리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 등의) 우려 때문에 (추가 확진 검사 없이) 지나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 항체양성률은 97.38%로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접종과 자연감염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 자문의견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백신 접종, 감염 등에 의해 대부분 면역획득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며, 오미크론 유행 이후 사망률 및 중증화율이 낮아진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항체양성률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지, 현재 시점의 바이러스 예방력을 뜻하는 ‘항체의 중화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항체 역가(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능력)는 감소하는 게 일반적 경향이다. 고위험군일 경우 기회가 되면 권고가 됐을 때 백신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달 2차로 확진자의 경제수준과 기저질환 등을 분석해 발표할 계획이고, 이번 연구 대상에 대한 추적 조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항체양성률 조사도 할 예정이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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