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7년차 자영업자 양찬솔(32)씨는 매번 차량 수리비가 고민거리다. 타이어 하나만 갈아 끼우려고 해도 수리업체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그나마 저렴하다는 업체에 가서 공임과 부품을 한번에 현금 결제하긴 하지만, 수리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가 2년새 약 4배 늘어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수리비를 ‘과잉 청구’하는 사례도 잦아 운전자들의 원성이 잦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륜차 수리업체 10개를 대상으로 ‘혼다 포르자 300’ 기종의 청구서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사이드미러 수리에만 최대 17배의 가격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수리업체에서는 사이드미러 수리비가 8833원이었지만, 다른 수리업체는 무려 15만원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핸들(5배)이나 발판 사이드커버(4배)에서도 큰 폭의 수리비 가격 편차가 존재했다. 비슷한 부위가 파손된 혼다 피시엑스(PCX)로 수리비 견적서를 비교한 자료에서도 청구액은 최소 91만원에서 최대 372만원으로 약 3배 이상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륜차 수리업체 10곳의 ‘혼다 포르자 300’의 사이드미러 수리비 청구비용.
수리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일반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부품가격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32조2)상 자동차 제작사는 자기인증을 한 자동차에 대해 부품가격을 자사 누리집에 공개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륜차는 같은 법에서 해당 사항을 준용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수리비 정보 등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에도 자료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륜차의 청구서를 보면, 이륜차는 부품가격과 공임을 합산해 청구된다. 적정 공임은 물론 개별 부품가격을 알 수 없는 구조다.
이륜차 수리 건수와 지출되는 보험료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륜차는 넘어지기만 해도 차 가격을 초과하는 수리비가 나오기도 해 ‘과잉 수리’에 대한 우려도 큰 편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집계한 이륜차 자동차보험 보험금 지급현황을 보면, 2021년 수리 건수는 11만6749건으로 1년 전(10만5327건)과 비교해 10.8% 늘었다. 수리비도 지난해 1754억6200만원이 지급돼, 1년 전(1540억4400만원)보다 13.9% 증가했다. 수리비가 급증하자 보험사들은 국토부에 이륜차 부품비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나, 국토교통부는 “영세한 업체들”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는 이륜차의 부품비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볼 방침이다. 제조사들이 부품가격을 일정 주기마다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국토부가 제조사의 모델별 부품가격을 자동차365 또는 교통안전공단 등을 통해 공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병욱 의원은 “오토바이의 경우 부품 및 공임비 공시가 의무화되지 않아 수리점 별로 수리비 편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자동차 제작사처럼 이륜차 제작사들도 부품가격과 공임비를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륜차 수리점에서 수기(왼쪽)로 작성한 청구서와 전산(오른쪽)으로 작성한 청구서. 수기의 경우는 단가만 기록돼 있다. 부품과 공임이 나눠 작성된 전산의 경우도 부품코드가 없어 구체적인 수리비를 확인하기 어렵다. 김병욱 의원실 제공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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