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피해자를 따라간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일부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4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10대 여성 세 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들의 뒤를 쫓아가 아파트 1층이나 상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쟁점은 ㄱ씨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할 목적으로 상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간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였다. 주거침입죄 또는 건조물침입죄는 거주자나 건물 관리인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고 건물에 들어갈 때 성립하는 범죄다.
그동안 대법원은 아파트·다세대주택의 경우 엘리베이터나 계단 같은 공용부분도 주거공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거주자의 승낙 유무·출입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왔다.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상가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범죄를 목적으로 출입했다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1·2심은 ㄱ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5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1심은 ㄱ씨가 공연음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고 교복을 입은 학생만을 상대로 범행한 점,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따라다니다 강제추행까지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가 상가 건물 1층까지 따라간 것은 건조물 침입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ㄱ씨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건물 1층의 열려있는 출입문을 통해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고, 출입 당시 모습에 비춰 상가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 상가 건물의 용도와 성질, 출입문 상태 및 피해자와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것이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으로서 침입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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