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아동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치료감호를 확대하는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이들의 치료감호를 담당하는 국립법무병원 의사 충원율은 절반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29일 법무부가 누리집에 공개한 ‘2022 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립법무병원 의사는 9명으로 정원(20명) 대비 충원율은 4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 내에서 치료감호 업무를 주로 맡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36.6%(정신과 전문의 정원 15명 중 현원 5.5명, 0.5명은 시간 임기제)에 불과했다. 국립법무법원은 법원에서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을 수용한 뒤 치료 및 감호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치료감호법상 정신장애나 약물중독, 소아성기호증 등이 있는 범죄자가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경우, 검사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
국립법무병원의 의료진 부족 문제는 해묵은 문제다. 2017~2021년 통계를 보면, 2017년 82.3%였던 의사 충원율은 2018년엔 40%로 급격히 떨어졌고, 2019년엔 55%, 2020년엔 57.5% 수준에 그쳤다. 최근 4년 동안 치료감호를 전담하는 의사 충원율이 정원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지난 5년간 국립법무병원이 수용한 피치료감호자는 한 해 평균 1019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국립법무병원 정신과 전문의 1인당 담당하는 환자는 103.8명(전공의 포함 기준)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정신건강보건법상 정신과 전문의 1인당 적정 환자 수(60명)의 2배에 가깝다.
이에 법무부가 치료감호 확대를 추진하기 전에 적정한 치료감호가 이뤄질 수 있는 인력 확충부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치료감호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한 마당에, 처분 대상만 늘리면 공백지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아동성범죄자에게 사후 치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립법무병원은 근무 여건 등이 좋지 않아 의사들의 유인이 별로 없다. 법무부가 근로여건을 개선해 부족한 의사 충원에 시급히 나서야 하고, 치료감호 전문의를 양성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비어있는 정원 중 일반직을 임기제로 전환하고, 퇴직한 의사를 시간제로 재채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의사 보수 및 수당을 인상하고 국외 연수기회 제공 등 처우개선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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