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사용처를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 예산을 줄이는 대신 ‘제2의 특활비’로 불리는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특정업무경비 예산편성’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2023년 6415억3800만원을 특정업무경비로 편성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6235억7100만원)보다 2.9%(179억6700만원) 증액됐다.
경찰청에 배정된 특정업무경비는 수사나 감사, 조사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사용하도록 지정된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보다는 덜 하지만, 지출 용도의 제한이 뚜렷하지 않아 매해 국회 등에서 지적이 나오는 사업비 항목이다. 경찰청의 이 예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었다. 2018년 5534억4200만원에 견주면 5년 만에 880억9600만원(15.9%) 증액된 것이다.
기획조정관 ‘치안활동지원’에 4248억1200만원이 편성됐고, 수사기획조정관 ‘수사지원’에는 1637억400만원이 배정됐다. 경비국 ‘경비경찰활동’, 교통국 ‘교통안전활동’에는 각각 262억4200만원, 172억2500만원이 편성됐다.
특정업무경비가 늘어난 데에는 사용처 논란이 큰 특수활동비가 계속해서 감액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가정보원이 편성하는 경찰청 특활비 예산은 2018년 101억700만원에서 올해 33억4300만원, 내년에는 31억6600만원이 편성됐다. 5년 전보다 7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경찰청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외부에 공개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고, 내부에서 마구잡이로 쓸 수 있는 예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건 수사에 사용되는 특정업무경비는 예산을 철저하게 첨부하고 감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개인에게 월정액으로 제공하는 비용은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경찰청 재정담당관은 “특정업무경비는 특활비와 일반예산 중간에 있는 개념의 예산이다.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보니 깜깜이로 사용된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점차 특활비 사용은 줄어드는데 수사 등에 예산이 필요해 특정업무경비로 편성한 것이다. (예산 유용을 막는) 이중·삼중 장치로 통제를 받으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