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토지보상 계획이 시 홈페이지에 일부 게시됐더라도, 공무원이 이 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방자치단체의 토지보상 계획이 시 누리집에 일부 게시됐더라도, 공무원이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샀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공무원 ㄱ씨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ㄱ씨에게 징역 1년6월과 4억8745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경북 지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개발과장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2018년 1월 자신이 일하는 지자체의 도로개설공사에 대해서 알게 됐다. ㄱ씨는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공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노선계획안, 도로에 편입될 토지에 대한 보상시점과 보상금액까지 파악했다. 같은해 7월25일, ㄱ씨는 이같은 도로공사 계획을 모르는 땅 주인으로부터 보상 대상 토지를 3억3천만원에 매입하고 7월31일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듬해 3월14일 도로개설공사와 관련해 지자체가 매입·보상하는 부동산 정보를 알게 된 ㄱ씨는 같은 방식으로 공사 계획을 모르는 해당 토지 소유자에게서 1억9500만원에 땅을 샀다. 두 번째로 산 땅은 조카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후 ㄱ씨는 이렇게 매입한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검찰은 ㄱ씨의 행위가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ㄱ씨는 자신이 알게 된 정보들은 모두 공개된 정보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ㄱ씨가 땅을 산 날인 7월25일보다 빠른 7월4일, 지자체 누리집에 해당 토지에 대한 보상계획이 이미 공고돼 일반인도 이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ㄱ씨는 이런 점을 근거로 “배우자나 조카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는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ㄱ씨가 사용한 정보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알게 된 내용 중 일부가 공고되거나 홈페이지 게재되는 등 방식으로 일반인에게도 알려졌더라도, 공고문에 세부 내용은 생략되어 있어서 해당 토지가 보상대상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토지 소유자들에게 개별 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비밀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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