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신 ㄱ(21)씨는 17살이었던 2018년 7월 홀로 한국에 왔다. 자국에서 살해 협박을 받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ㄱ씨는 한국 입국 후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집트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머물다 적발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그해 10월, 왜 자신이 갇혀야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수갑을 차고 화성외국인보호소로 향한 ㄱ씨는 40~50대 어른 25명과 함께 수용됐다. 이집트에 있는 부모님과는 가끔 통화할 기회가 주어졌다. 구금 한 달여 만인 2018년 11월 ㄱ씨는 “미성년자이고 난민신청예정자”임이 받아들여져 보호소에서 일시적으로 풀려났지만, 욕설과 협박을 일삼던 낯선 어른들과 함께 구금됐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았다.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허용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이 위헌인지 따져보기 위한
공개변론을 연다. 헌재는 과거 이 조항에 두 차례 합헌 결정을 했는데, 당사자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공개변론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에는 위헌 정족수(재판관 6명)에서 한명 모자란 5명이 위헌 의견을 내면서 최종 합헌 결정이 나왔다.
위헌심판제청 법률가 “아동구금은 명백한 아동학대”
심판대상 조항은 출입국관리법 63조1항이다. 이 조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이라면 ㄱ씨처럼 미성년자여도 구금 대상이 되며, 영장 없이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구금기한 상한선 없이 강제퇴거 대상인 외국인을 무차별적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ㄱ씨처럼 미성년자이거나 임산부, 장애인 등 보호가 필요한 이들도 시설에 뒤섞여 구금되고 있다. 또 여권 발급이 지연되거나 난민신청자, 체불임금·산업재해 문제 등으로 당장 출국할 수 없는 이들 모두 ‘무기한 구금’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ㄱ씨를 대리해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낸 이한재 변호사는 12일 “인신구속이라면 그에 맞는 절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주구금제도는 법관의 영장을 필요로 하지 않고 행정청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아동 구금은 아무리 짧은 기간에 이뤄진다고 해도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치명적이다. 아동 구금은 분명한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법무부 “불가피” 주장하지만…“행정편의성만 강조, 위헌” 비판
출입국·외국인보호를 관할하는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 목적 달성을 위해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보호기간 상한이 도입되면 결국 강제퇴거대상자가 국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는 강제퇴거대상자의 (출국) 의사에 따라 벗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행정편의를 위해 모든 강제출국 대상 외국인에 대해 연령 등과 관계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국제법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헌재는 2016년과 2018년 이 조항 위헌심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냈지만, 2018년 재판관 5명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단지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간 제한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행정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한 것이다. 그 자체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이 조항에 대해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김종철 변호사는 “질서유지란 명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행위와 법률로써 제한이) 비례해야 한다. 구금 대상이 한국 국적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제한 구금이) 용인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인종주의적인 법과 제도”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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