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방문한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따라다니며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가 재판에 넘겨진 전국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ㄱ씨 등 마트노조 조합원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 등은 2020년 5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현장점검을 나온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 임직원 20여명의 뒤를 약 30분간 따라다니며 손팻말을 들고 서 있거나 “강제전배 멈추세요”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가운데 일부가 회사의 전보명령에 따르지 않아 몇 달 전 해고됐는데, 이날 대표이사에게 복직과 전보명령 철회를 요구한 것이었다. 검찰은 ㄱ씨 등이 홈플러스 강서점장 의사에 반해 점포 안으로 침입했고, 대표이사 등을 따라다니며 큰 소리를 내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ㄱ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전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매장은 영업시간 중 출입자격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된 장소이고, 피고인들이 매장에 들어가면서 보안요원 등에게 제지를 받지 않았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며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고인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피해자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정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변경한 판례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인지를 판단하려면 범행 동기, 목적, 피해자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 판례에 따라 △ㄱ씨 등은 대표이사와 1~2m 이상 거리를 두고 있었으며 현장점검 업무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은 점 △피고인들의 육성이 피해자의 현장점검 업무를 어렵게 할 정도의 소음이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점 △ㄱ씨 등이 대표이사를 만날 기회에 해고와 전보명령 등에 항의하려 한 것이지 업무를 방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했다며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대리한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업무방해 혐의 관련해 재판부에서 세세하게 사실관계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법원이 피고인이 어떻게 구호를 외쳤고 왜 만나자고 했는지 등을 고려해 판결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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