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강동구의 한 파티룸을 빌려 생일파티를 한 유정윤씨 반려견 토토의 모습. 유씨 제공
경기 성남시에 사는 유정윤(28)씨는 14살 생일을 맞은 반려견 ‘토토’를 위해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파티룸을 빌려 생일파티를 열었다. 강아지도 동반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집에서 갈 수 있는 거리의 파티룸이었다. 유씨는 “학창시절 등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그 중 딱 한가지를 고르자면 이 친구를 처음 데리고 온 날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토토가 최근 아팠기도 해서 단둘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게 뜻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며 관련 산업도 급성장 중인 가운데,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입양일 등을 기념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 마치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을 축하하는 것처럼 다른 강아지들을 초대해 함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해니(27)씨도 지난 5월 경기 하남시의 한 애견카페 겸 운동장에서 반려견 ‘벤지’의 6살 생일파티를 열었다. 풍선을 방안 곳곳에 장식하고, 반려견을 키우는 회사 동료·동료의 사촌과 이웃 등 강아지를 매개로 친해진 4명을 초대했다. 친구들은 벤지에게 손수 뜨개질한 옷 등을 선물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대면 생일파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벤지는 한살 때부터 돌잔치부터 시작해서 계속 생일파티를 해왔다”며 “가족이니까 생일파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강아지 간식 전문점 ‘투테일스’에서 만든 반려견 케이크. 투테일스 제공
이런 분위기 속에 강아지 전용 ‘파티룸’도 생기는 중이다. 강아지 유치원·스파 등의 시설을 운영하는 위드랜드 강남점은 약 두달 전 강아지 전용 파티룸을 열었다. 김경훈 부점장은 “한국 문화상 반려견 보호자와 아닌 사람이 같은 시설을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아 전용 파티룸 공간을 열었다”며 “반려견 생일뿐 아니라 100일 등 여러 행사와 소모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생일파티가 늘면서 자연스레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케이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재료들로 평범한 모양이었지만 최근엔 생일 축하 문구를 쓰는 ‘레터링 케이크’ 뿐만 아니라, 강아지의 얼굴 모양을 입체적으로 만든 케이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남에서 반려견 식품점 ‘노릇노릇’을 운영하는 서지영(29)씨는 “올해 3월에 가게를 열었는데 못해도 한달에 30개 이상 케이크가 나간다”며 “보호자가 2~3시간을 들여 강아지가 먹을 케이크와 간식을 직접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참가자도 있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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