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이 장애인사용 자동차 표시를 부착하고 운행했더라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장애인 관련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공문서 부정행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5월 부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이미 실효된 장애인사용 자동차 표지(보호자용)를 부착한 채 비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의 장애인 보호자용 자동차 표지는 2019년 11월에 효력을 잃었지만, ㄱ씨는 이를 폐기하지 않고 차량에 계속 붙이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ㄱ씨가 장애인 자동차가 아님에도 공문서에 해당하는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붙이고 다녔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ㄱ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효인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비치해 마치 장애인이 사용하는 차량인 것처럼 외부에 표시한 이상, 공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발생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심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문서 부정행사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며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ㄱ씨가 실효된 장애인사용 자동차 표지를 붙이고 있긴 했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편의를 누린 게 아니라면 공문서 부정행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3년 2월 공문서 부정행사죄에 대해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된 공문서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사용한 경우, 그 공문서 본래 용도에 따른 사용이 아닌 경우 공문서 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ㄱ씨가 장애인사용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장애인사용 자동차 표지를 승용차에 비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공문서 부정행사죄의 ‘부정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