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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엔도 인권위도 현장도 “촉법소년 나이 하향, 능사 아니다”

등록 2022-10-26 12:00수정 2022-10-27 02:40

범죄 저연령·흉포화 단정 어려워
일선 경찰 “교육 차원 접근 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살에서 13살로 한살 낮추는 방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됐다. 관련법이 만들어진 1953년에 비해 13살 소년의 신체 발달에 큰 차이가 있고, 성범죄 등 강력범죄 비율 역시 늘었다는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소년이 저지르는 강력범죄에 민감한 여론도 연령 하향에 우호적이어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를 공약했다.

반면 국제인권기준을 강조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소년범죄를 현장에서 직접 다루는 경찰, 소년범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은 엄벌주의에 기초한 연령 하향 근거가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법개정 방침을 밝힌 26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은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지난달 표명했다고 밝혔다. 1980~90년대 미국에서도 청소년 흉악범죄 증가로 형사처벌 연령을 낮췄지만 ‘근거 없는 감정적 대응’이란 비판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은 소년의 재범률이나 제재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2007년과 2018년에도 반대 입장을 냈다.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살로 유지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제 인권기준은 국내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소년범죄가 점차 저연령화되고 흉포화된다’는 법무부 주장도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검찰청, 경찰청, 법원행정처 등의 자료에서 14살 미만 촉법소년 범죄를 전체적으로 보여줄 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살인, 강도, 강간 등을 저지른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해마다 400~450건으로 유지돼 법무부 말처럼 소년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도 법무부의 엄벌주의 기조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장은 “성인도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강력범죄가 반드시 감소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소년범을 만나다 보면 범죄 단계에서 처벌이 아닌 교육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범죄는 가정 환경과 교육 여건 등 복잡한 요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이 함께 나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국가 형벌권 행사에 관여하는 법무부가 이 문제의 추진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벌을 줘서 아이들을 겁주는 식의 엄벌주의 기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미성년 전과자’만 양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소년원 처우 개선 △교육·교정 강화 △보호관찰 전담 인력 증원 등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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