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등 국외 경쟁사에 반도체 첨단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연구원 등을 검찰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성범)는 지난 6월부터 4개월에 걸쳐 인텔 및 중국 반도체 업체에 반도체 첨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삼성전자 연구원 ㄱ씨 등 7명을 차례로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에게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인텔은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중국 반도체 업체는 주로 반도체 컨설팅에 주력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제조하는 것)팀 부서 연구원 ㄱ씨는 인텔 이직을 위해 반도체 회로 동작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SPICE) 모델링 자료를 비롯한 국가 핵심기술 33개 파일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ㄱ씨가 재택근무 상황을 이용해 주거지에서 반도체 기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연결한 뒤 이를 촬영해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4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협조로 삼성전자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주거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ㄱ씨를 지난 25일 구속 기소했다.
중국 업체에 반도체 첨단 기술을 넘긴 전현직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등 9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ㄴ씨는 2019년 2월 반도체 초순수(반도체 수율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순수한 물) 시스템 관련 설계도면을 빼내 중국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는 이 회사에 이직하려는 다른 엔지니어에게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2018년 12월 퇴사 직전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첨단기술을 반출한 혐의를 받는 반도체 관련 한 중소업체 임원 등 2명도 별도로 구속 기소됐다. 또 이 중국 업체 입찰 참여를 위해 삼성 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 등을 통해 반도체 설계제안서 등을 취득한 이 중소업체 임원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의 국외유출을 신속히 인지해 엄정하게 형사 처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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