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사가 사건 기사를 보도할 때 아동학대 가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을 빼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언론사가 사건 기사를 보도할 때 아동학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을 제외하도록 규정한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법이 방송사 <제이티비시(JTBC)>의 기자 ㄱ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35조 2항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27일 선고했다.
<제이티비시>는 2019년 9월 피겨스케이팅 코치 ㄴ씨가 제자들을 폭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해당 코치의 얼굴 등을 공개했다. 이 보도를 접한 ㄴ씨는 손석희 당시 <제이티비시> 사장과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 ㄱ씨가 아동학대처벌법을 위반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언론이 아동학대행위자나 피해아동·고소인·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성명·나이·직업·용모, 그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 등을 보도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손 전 사장은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손 전 사장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담당 기자 ㄱ씨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은 아동학대처벌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이 폭넓은 언론·출판의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동학대 행위자는 대부분 피해아동과 평소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행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이 보도되면 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적사항 등의 보도를 허용할 경우, 학대범죄의 피해자로 알려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피해아동들이 진술 또는 신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일률적 보도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 등 보도를 금지하는 것이라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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