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길이 통제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길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두배 가까이 사망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희생을 당했다. 너비 3.2m 남짓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체구가 작고 폐활량이 적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30일 밤 11시 기준 154명으로 집계된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98명, 남성은 56명이라고 밝혔다. 연령별로 보면 10대 11명, 20대 103명, 30대 30명, 40대 8명, 50대 1명, 신원미상 13명이다. 평소 이태원이 젊은층이 주로 찾는 핫플레이스라는 점에서 20대·30대 사망자가 86%에 달했다. 외국인 사망자도 처음 발표 때보다 계속 늘어 26명으로 집계됐다. 애초 외모가 비슷해 한국인으로 분류됐던 희생자 신원이 확인되면서 외국인 사망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소방당국이 지금까지 파악한 외국인 사망자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이다.
이날 사고 피해는 여성에게 집중됐다. ‘군중 밀려듦’으로 강한 압력이 작용하는 끼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힘이 약한 아동·여성 등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형민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엄청난 군중이 몰린 재난 상황에서 체구가 작고 힘이 달리면 위험성이 더 크다. 그 점이 제일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압사 사고가 벌어졌을 때 흉부와 복부에 걸리는 부하와 호흡량의 관계를 분석한 국내외 연구를 보면, 여성의 경우 흉부·복부를 압박하는 무게가 체중의 60%를 넘어서면 1시간 이내에 호흡부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장은 “가슴 압박 상황에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본능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팔을 움츠려 근력으로 버티게 되는데, 근력이 약한 여성의 경우엔 그렇게 견디는 힘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좁은 공간, 내리막길에 다수 인파가 뭉치고, 하중이 쏠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남녀 간) 흉곽과 팔의 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본인의 몸을 보호하는 능력 역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체격이 작거나 폐활량이 적은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등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의 압사 사고에 특히 취약한 셈이다.
전날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도 다수 피해자들이 호흡곤란 상태에 빠졌던 상황을 <한겨레>에 전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는데, 사람들 입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호흡곤란이 심각한 경우, 귓불이나 입술, 손톱 등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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