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하철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헌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아침 출근길에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아직 공식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은 오전 10시께까지 서울지하철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이 들러 국화꽃을 놓고 묵념을 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추모공간에 쌓인 국화꽃과 메모들은 전날 밤보다 두배 가량 늘어있었다.
이태원 인근에 거주하는 김경민(28)씨는 강남으로 출근하기 전 추모공간을 들렀다. 김씨는 매년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참여했지만, 올해만 다른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 다 저희 또래고, 친구들이고, 아는 분들 같아서 안타깝다. 그분들이 좋은 곳에만 갔으면 좋겠다”며 인터뷰 내내 울먹이며 말했다.
31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에 놓인 메모.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불광동에서 온 나아무개(80)씨는 참사가 발생한 29일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창신동으로 출근하는 길에 들렀다. 젊은이들이 허망하게 갔으니 마음속으로라도 하늘나라 가서 편히 쉬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으로 출근하는 길에 추모공간을 들린 구아무개(48)씨는 손수 써온 글귀를 난간에 붙이고 묵념을 했다. 그가 붙인 종이에는 “한창 아름답게 피어날 꽃다운 나이…가슴이 미어집니다.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영혼들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라고 쓰여있었다. 구씨는 “저희 아이도 사고로 많이 다쳐서 마음이 미어지는데, 희생자 부모들은 어떤 마음일까 가늠이 안된다.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기 전에 빨리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주변인 지하철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술, 신발 등이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퇴근길에 추모공간을 방문한 이도 있었다. 소방공무원 강아무개(28)씨다. 그는 밤샘 근무를 한 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태원역에 들렀다. 강씨는 “저는 비번이라 출동을 안 했고, 동기들이 현장에 많이 갔는데, 다들 전쟁터 같았고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며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추모를) 해야 죄책감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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