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체육관 인근 건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소에 여러 언어로 작성된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이 사고를 당한 거라 너무 안타까워요. 사고가 일어난 토요일부터 계속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1일 서울 각 대학교 교정마다 설치됐다. 이날 서강대 체육관 인근 건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서 만난 정치외교학과 한세은(21)씨는 “학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수업을 듣기 전에 분향소에 왔다”며 추모 메시지를 적었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공부하던 외국인 유학생 2명이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분향소를 찾은 교직원과 학생들은 하얀 국화꽃과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쓴 추모 메시지로 156명의 젊은 넋을 위로했다.
이날 낮 1시께 찾은 분향소의 화이트보드에는 ‘먼 나라 와서 이별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해’, ‘타지에서 이러한 이별을 맞게 되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Rest in peace. god bless al’(신의 가호 속에 영면하길)” 등 각국 언어로 적힌 270개가 넘는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었다.
이태원 참사에선 20대 희생자(103명)가 가장 많았다. 대학생들은 또래 젊은이들의 희생에 특히 애통해하는 모습이었다. 김영서(21)씨는 “친구도 이태원에 갔다고 해서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한참이나 고심하며 추모 메시지를 적었던 몽골인 유학생 오랑자야(21)는 “어제 한국어 수업에 한 학생이 나오질 않았다. 그분의 친구가 울면서 그 사건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학생들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소에 붙어있는 사진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한양대도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학생 3명(외국인 유학생 2명 포함)을 위한 분향소를 열었다. 합동분향소를 포함해 각 학생이 소속된 경영학과, 간호학과, 자연과학대학 건물 앞 등 총 4군데서 조문을 받았다. 경영관 건물 앞에서 만난 김상빈(20)씨는 이태원 참사 충격으로 며칠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김씨는 “희생자분들 중에 한양대생도 있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저도 그날 이태원에 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된 학생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던 시리아 유학생 아이샤(22)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어제 이 친구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렇게 분향소에서 보니까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이날 고려대, 건국대, 동덕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에 이태원 참사 추모의 벽이 조성됐다. 경기도에선 수원대가, 광주에선 조선대와 전남대 등이 추모의 벽을 마련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