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이태원 참사’ 이란인 희생자 소미에(Somayeh·32)의 책상.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란 친구 14명이 이태원에 갔어요. 방향이 두 갈래라 4명, 10명으로 나뉘어 이동했는데 4명이 사고를 당했어요. 나머지도 그쪽으로 같이 갔다면 사고를 당했을 거예요.”
이란인 메르타쉬(Mehrtash·40)는 지난 29일 밤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로 친구 4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한국에 있는 이란인들이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는 평소에 교류가 활발했다. 이번엔 핼러윈 데이에 참석해보자고 했다. 열넷이 모여 이태원에 갔던 것인데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는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엔 없던 다른 이란인도 발견했다. “(커뮤니티) 친구들도 걱정이지만 사실 가족들도 걱정이에요.” 유족들에게 사고 사실은 알렸지만 아직 입국하지 못했다.
이란인 로야(Roya·36)는 1일 중앙대 후문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목놓아 울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소미에에게 전화를 했더니 경찰이 받았어요. 그런데 행정 절차는 가족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베스트 프렌드’인데도 행정 절차를 못 밟아준다는 게 마음에 걸려요.” 로야는 소미에가 한국에 왔을 때부터 거의 1년간 하루에 9시간씩 붙어 있었고, 늘 함께했다. “한국의 명소나 관광지 놀러 다니는 걸 많이 좋아했어요.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너무 좋다고 얘기하고 다녔던 친구예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친구 모습이 생각나서 며칠 때 잠을 못 자고 있어요.”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날 중앙대에는 이란인 희생자이자 재학생인 소미에(Somayeh·32), 알리(Ali·36)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친구들은 이 둘과 함께 나머지 이란인 희생자인 아파크(Afaq), 알리레자(Alireza), 레이힌(Reyhane)의 사진도 분향소 옆에 걸었다. 오후 3시께 분향소가 차려지자 중앙대 외국인 학생들과 이란인 커뮤니티 친구들, 함께 박사 과정을 밟던 연구실 동료들 50여명이 줄지어 분향했다.
이란인 희생자 2명과 함께 연구실에서 일했던 성아무개(23)씨는 둘을 ‘고마웠던 동료’로 기억했다. “타지에서 생활할 때 힘든 게 많을 것 같아 항상 신경 써주려고 했는데 많이 신경을 못 써준 것 같아 마음에 남아요. 힘들어하면서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하는 마음을 본받고 싶었고 고마운 것밖에 없어요.” 지도교수인 전창현 교수는 “주말에도 나와 연구를 하던 성실한 학생들이었다. 연구실 학생들이 친구들을 진심으로 기리고 있다”며 “일요일에 연락을 받았을 때까지도 믿지 못했다가 대사관에서 통보하니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분향소 앞에서 한참을 머물던 이란 친구들은 슬픔을 나누다가 떠났다. 메르타쉬는 “다음엔 더 좋은 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7시께 이란인 5명의 사진이 걸린 분향소엔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노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덮였다. ‘한국이 좋아서 왔을 텐데 이런 나라라서 미안해요.’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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