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에서 구조된 부상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도 3∼4명이고 일상에서 심정지 환자도 한명 정도만 보는데 이런 다수 인명피해 사건은 처음입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중부소방서 신당119센터 소속 권영준 대원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초 무전을 듣고 아무리 큰 사고여도 (사망자가) 10∼15명 안쪽이라고 생각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면 20명 가운데 1명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하는 건데, 계속 (심정지 환자가) 쏟아져 나오니 대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들어온 지 3∼4개월 된 신입 대원이 가장 걱정이다. 이런 현장을 처음 보기도 하고 같은 또래여서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소방·안전 현장의 최전선인 용산소방서 이태원119안전센터 직원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참사 현장으로 곧장 출동한 대원은 총 10명이다. 이들은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이날 다시 출근했다. 신진산 이태원119안전센터장은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호흡이 가빠지거나 밥 생각이 없어졌고, 무기력한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다시 현장으로 출퇴근해야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신 센터장은 대응 1단계가 발동된 뒤 자택에서 출발해 참사 현장에는 밤 10시45분께 도착했다. 그는 “소방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인명 피해가 많이 나는 경우를 처음 봤다. 도착했을 때 이미 100여명의 분들이 소생의 가능성이 안 보였다”고 했다. 이날 센터에는 심리상담사가 방문해 대원들과 1대1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로 통제된 서울 용산구 사고 현장에서 30일 새벽 소방관과 경찰들이 사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통제와 구급활동을 함께한 경찰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이태원지구대 소속 경찰관계자는 “직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울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이런 대형 사태가 터지면 현장 나갔던 경찰관들은 패닉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직업적 특성상 트라우마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일반 국민이 고통을 당한 참사인데, 그걸 막아야 할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두 기관 모두 미리 준비된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복지지원계 관계자는 “긴급 심리지원 체계를 가동했다. 현장에 출동하신 분들을 취합해서 우선순위를 정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기존 제도인 ‘찾아가는 상담실’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지원 제도가 잘 마련돼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경기도 소방심리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민범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충격적인 현장을 경험하면 수면 부족, 호흡곤란 등 증상을 겪는 건 자연스러운 이여서 자신을 약한 사람으로 여길 필요가 전혀 없다. 상담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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