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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연예술계 “유흥으로만 보지 않길…예술도 애도와 위로의 방식”

등록 2022-11-02 11:25수정 2022-11-02 11:36

국가 애도기간 지정되며 축제·공연 줄취소
예술이 위로와 용기 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업계에선 생계와 일상 유지 관련 우려도 나와
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희생자들을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메시지와 국화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희생자들을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메시지와 국화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공연이 업인 사람은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가수 ㄱ)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티브이(TV) 프로그램과 지역 축제 등이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침묵’만 강요하는 애도 방식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노래 부르기도 애도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도의 물결은 참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창작자들은 애도기간 내에 영상 게시를 하지 않겠다고 공지했고, 웹툰과 웹소설을 제작하는 작가들도 작품에 핼러윈을 연상케 하는 요소를 빼거나 휴재를 결정했다. 공연예술 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행사가 중단되면서 일정에 포함된 거리 공연 등이 무산됐고, 인디 밴드가 모이는 소극장도 문을 닫았다. 일부 뮤지컬과 연극 등도 준비된 공연을 취소하는 것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안타까우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예술적 활동 및 소비를 중단하는 것이 과연 옳냐는 내용이다. 한 트위터 사용자(@hikary****)는 “(이태원) 참사를 보며 느낀 정신적 충격을 예술 등으로 약화해야 하는 분도 계실 텐데 애도 기간이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까 염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또 다른 사용자(jisoo****)도 “진정한 애도는 곡기를 끊고 통곡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이라며 애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예술이 ‘오락’과 ‘유흥’으로만 취급받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백주인(35)씨는 <한겨레>에 “국가 애도기간 중 공연을 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은 누군가에게 일종의 의식이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께 보내는 편지이며 남은 자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하다. 공연이라는 활동의 속성을 단순히 유흥으로만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평소 공연을 즐겨 본다는 대학생 조예원(20)씨도 비슷한 의견을 건넸다. 조씨는 “국가 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당일 공연 취소 통보를 받은 밴드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최근 결성됐거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밴드는 축제나 공연 하나하나가 생활에 직결될 텐데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사고가 일어났으니 공연을 멈춰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공연을 생업으로 보지 않고 유흥으로만 생각한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국가 애도기간 중 행사추진 방침에 따라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이 취소됐다는 안내문. 아이엠컬쳐 제공
국가 애도기간 중 행사추진 방침에 따라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이 취소됐다는 안내문. 아이엠컬쳐 제공

각종 행사와 공연이 취소되면서 ‘생계’와 ‘일상’이라는 단어도 여러 사람의 입에 올랐다. 개인이 애도를 결정해 활동을 중단하는 건 무관하지만, 기관이나 업체가 무작정 ‘멈춤’을 외치는 건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강사로 일한다는 한 트위터 사용자(gigh****)는 “용산구 주민센터 수업이 한 달간 쉰다고 전해 들었다”며 “축제나 강의가 갑자기 취소되면 생계가 달린 이들은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 그 가족들은 생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사용자(@b****)도 “공연 취소는 단순히 가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는 스태프와 공연장 관계자 등도 줄줄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공연예술 업계가 항상 ‘첫 멈춤’의 대상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단 조명팀에서 일하는 김주영(33)씨는 “애도기간에도 직장인은 일터로 나가고, 학생은 학교에 가는데 매번 우리 업계만 일을 멈춰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코로나 19 대유행 때 워낙 오랫동안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예민해져 있다.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노동자로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들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가수 ㄱ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기획자와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됐던 두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공연이 업인 사람은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 그래서 부르기로 했던 노래 목록을 다시 생각하고 매만지고 있다. 관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한 번 더 생각 중이다. 그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연말인 12월 31일까지 애도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입장문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구 행사와 단체 활동을 일절 중단한 채 애도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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