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찾은 세월호 가족들. 연합뉴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9월로 3년 6개월간의 활동을 끝마치면서 총 80건의 권고를 내놨지만,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참사는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사참위가 내놓았던 권고들이 다시 주목 받는 기운데, 권고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사참위는 독립적인 상설 재난 원인 조사기구인 ‘(가칭)중대재난조사위원회’ 설립 추진을 권고했다. 그 필요성에 대해 사참위는 “재난 원인조사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요하지만, 현행 재난조사시스템은 부처 자체조사에 기대고 있어 조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므로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참위 지적대로 이번 이태원 참사도 부처 자체 조사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경찰 부실 대응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하는 경찰 수사’에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셀프 수사’라고 비판하며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랑희 경찰개혁네트워크 활동가는 “경찰청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를 수사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꼬리 자르기’가 우려된다”면서 “‘형사 처벌 대상’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 수사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규명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사참위 전직 간부는 “저희가 쭉 살펴봤더니 재난·참사 이후 ‘사회적 학습’이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사회적 학습을 목표로 하는 상설 기구를 조속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참위는 재난 피해자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 확산 방지를 위해 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사참위는 “세월호참사 등 재난 피해자들에 대해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해 비방이 계속됐다.
이 밖에 사참위는 △안전 법체계 정비, ‘안전권’ 법제화 △재난 참사 피해자 지원 조직 신설 검토 △체계적 재해구호 위한 매뉴얼 마련 △구조참여 시민 치료비 지급대상에 ‘정신적 질환’ 명시 △재난 피해자 법률지원 등을 권고했다.
관건은 권고의 ‘이행’이다. 세월호 유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은 “사참위 권고에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있긴 하지만 이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권고 이행을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등은 지난 1일 이행점검 주체를 ‘국회’에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보다 분명히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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