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사고 현장이 통제되는 가운데 인근 거리에 귀가하지 않은 핼러윈 인파가 가득 차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2시간 전부터 녹사평역 등 이태원동 일대의 교통이 혼잡하다는 경찰 신고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대부분 “핼러윈 데이여서 그렇다”며 사건을 단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4일 ‘이태원 참사’ 당일 저녁 6시부터 압사 사고가 발생한 밤 10시15분까지 이태원파출소에 접수된 전체 신고 93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이태원동 일대의 교통마비 등 혼잡한 상황을 신고하는 시민들의 급박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저녁 8시41분에는 용산구청 주자창 쪽에서 “30분째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곳은 녹사평역 인근으로,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압사’라는 단어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이태원동 일대가 교통 흐름이 막힌 혼잡한 상황임이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용산구청 주차장과 그 인근의 교통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는 이후 사고 직전까지 모두 23건이나 이어졌다.
또한 이보다 전인 저녁 7시1분에는 사고 현장에서 170여m 떨어진 곳에서 “한시간째 좌회전을 못하고 있다”는 신고에 경찰은 “핼러윈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다”고 알리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저녁 7시43분 “핼러윈 행사 때문에 차량이 너무 막힌다”는 신고에도 경찰은 “핼러윈데이 때문에 차량 소통이 어렵다”고 통보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앞서 경찰청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 중 ‘압사’ 단어가 들어가는 등 위험 징후가 드러난 신고는 모두 11건이었다. 경찰은 이가운데 4건의 신고에 대해서만 현장에 출동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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