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다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안전관리 대책 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카카오톡 배경화면에 ‘벼랑 끝에 매달렸을 때 손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는 뜻의 글귀를 올렸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지난 5일 오후 1시쯤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라는 문구가 찍힌 사진을 카카오톡 배경화면으로 올렸다.
직역하면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건 기특할 게 못되니 깎아지른 절벽에서 손을 놓을 수 있어야 장부라네. 싸늘한 밤, 물도 찬데 고기는 낚이지 않아 빈 배에 달빛만 담아 싣고 돌아오누나’라는 뜻이다.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시다. 중국 송나라 선사 야부도천이 지었다.
윤 청장은 오전 11시쯤 한자 어구만 있는 사진을 올렸고, 2시간 뒤에 뜻이 함께 적힌 사진을 올렸다. 오후 5시 45분께에는 석탑 사진으로 배경을 바꿨다.
세 차례 카카오톡 배경을 바꾼 것을 두고 경찰 일각에서는 “소셜미디어 할 때냐”라는 비판도 나왔다. 윤 청장은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이후 해당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잠들었다가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보고를 받았다. 밤 11시32분 문자, 밤 11시52분 상황담당관이 건 전화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30일 0시14분에 보고를 받았다. 저녁 6시34분부터 ‘압사’ 112신고가 들어온 상태였지만 해당 내용이 5시간 가까이 윤 청장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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