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안전 관리를 할 경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규모 진보·보수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을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며 사고 책임을 집회로 떠넘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광호 청장은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청장은 “112 신고 접수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즉각적인 조처를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울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김 청장은 참사 발생 사실을 늦게 인지한 이유로 이임재 전 용산 경찰서장의 보고가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앞서 김 청장이 29일 밤 11시36분 처음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청장은 “서울청 상황실은 29일 밤 22시59분 소방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사실을 확인한 후 용산경찰서에 현장 상황 파악 및 보고를 지시했다. 30일 자정 0시 2분 경찰청 상황실로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인지 시간이나 조처는 수사와 감찰 조사를 통해 확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이 15차례나 경찰 인력 및 교통통제를 요청했는데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청장은 “현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인력을 투입할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또 사고가 발생하기 전 11건의 112 신고 중 현장 출동한 4건에 대해 경력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신고 내용에 대해 조처를 했으나 근무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리라 예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묵살·삭제한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김 청장은 용산경찰서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서울청에 제출됐지만,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용산서 정보과는 자체 종합 치안대책에 동일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를 열람한 서울청 담당자도 보고서 내용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해 별다른 추가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청장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청의 감찰 조사와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 동료 경찰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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