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를 동원해 사실상 총수의 개인회사를 지원했다가 과징금 30억원을 부과받은 효성이 소송으로 다퉜으나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공정거래법의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대해 직·간접을 불문하고 대상 기업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목적으로 제3자를 통한 자금거래로 이익이 돌아갔다면 부당한 이익제공에 해당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효성 계열사들이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10일 확정했다.
효성은 2014년 조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자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부당지원해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한 정황이 포착돼 2018년 4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투자개발은 2014년 말 부실기업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주는 총수익스와프(TRS)를 체결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지원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며 ㈜효성에 17억2천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천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법원은 효성의 행위가 부당한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모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대해서는 자금 제공 행위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상관 없이 “행위주체가 행위객체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목적으로 제3자를 매개해 자금거래 행위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행위객체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되는 경우 행위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설시했다.
앞서 조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도 넘겨져 지난 3월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은) 이 사건 지원거래를 통해 이뤄진 부당이익 제공 행위와 지원받는 행위를 단순 묵인하거나 소극적 이익을 누리기만 한 게 아니라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관여했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조 회장이 이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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