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3일 오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한 시각에 용산경찰서 간부 5명이 참사 현장 인근을 순찰하거나 지나갔지만 아무런 보고나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겨레>가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용산경찰서 지휘부 동선 자료를 보면,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형사과장, 생활안전과장, 여성청소년과장, 교통과장 등이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압사’가 언급된 112 신고가 들어온 저녁 6시34분부터 참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밤 10시15분 사이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을 지나가거나 순찰했다.
자료를 보면,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저녁 6시37분∼7시9분 용산경찰서에서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했다. 지하철 남영역 인근에 있는 용산경찰서에서 이태원역 3번 출구 앞 이태원파출소로 가려면 참사 현장을 지날 수밖에 없다. 이 시각은 저녁 6시34분 ‘압사’를 언급한 112 신고가 들어온 직후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참사 현장에 몰린 인파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7시9분에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뒤, ‘이태원파출소 앞, 이태원역 3번 출구, 이태원역 2번 출구∼와이키키파라다이스’ 등 참사 현장 주변에 있었다고 밝혔다.
생활안전과장은 저녁 6시30분에 자택에서 출발해 저녁 8시께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생활안전과장이 참사 현장을 지나갈 시각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생활안전과장은 밤 9시부터 ‘이태원파출소∼소방서(이태원119안전센터로 추정)∼퀴논거리’를 이동 뒤 밤 10시 이태원파출소에 복귀했다고 적었다. 바로 길 건너편이 참사 현장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청소년과장은 저녁 7시30분부터 이태원 일대를 1차 순찰하고 밤 저녁 8시∼8시30분 2차로 순찰한 뒤 9시부터 이태원파출소에서 대기했다. 형사과장은 저녁 8시20분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을 지나 저녁 8시47분에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교통과장은 저녁 8시께 서울 용산구 삼각지 인근에서 열린 집회 통제를 마치고 밤 9시께부터 이태원 인근에 있다가 밤 10시께 용산경찰서 사무실에 돌아왔다.
용산경찰서 간부 5명이 참사 현장 인근을 지나가고 있던 사이 인파는 급격히 늘어나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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