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시설폐쇄명령을 받았던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뒤 방역당국의 신도 명단 제출 요청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개신교 선교단체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대법원이 혐의 판단을 다시 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경북 상주시 비티제이(BTJ)열방센터 관계자 ㄱ씨·ㄴ씨에 대해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17일 판결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8월 상주시장으로부터 집합제한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해 11월 종교행사를 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이곳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상주시 보건소에서 시설 출입자 및 시설 종사자에 대한 명단제출 등을 요구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혐의도 받았다.
쟁점은 이들의 명단제출 거부 행위를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이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다. 1·2심은 두 사람의 행위가 역학조사 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심은 “명단제출 요구는 확진자 감염원을 추적하고 감염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한다”며 “설사 명단 요구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는 최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와 향후 다른 역학조사 간 연결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행위이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 감염병예방법의 ‘역학조사’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란 같은 법 및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주체·시기·대상·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는데, 원심은 ㄱ씨·ㄴ씨의 명단제출 거부 행위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8월 방역당국에 신도 명단 등을 축소 보고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에 대해서도 이번 판결과 같은 취지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연구관은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와 범위에 관해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역학조사를 의미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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