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쪽이 18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히자, 검찰이 서울고검 정문을 폐쇄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검찰이 18일 오후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인 등의 검찰청사 내 기자실 기자회견을 막겠다며 청사 현관문을 폐쇄했다. 수사 당사자 방어권 차원에서 이뤄지던 기자실 내 기자회견을 막은 것을 두고 검찰권 남용이자 언론통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18일 서울고검에 상주하는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사건 관계인이 서울고검이 관리하는 청사 내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정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앞서 정 실장 쪽은 이날 오전 11시께 ‘심문이 끝난 뒤 검찰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는 뜻을 취재진에 알려왔다. 기자회견에는 이건태 변호사 등 변호인 3명과 민주당 김의겸·박찬대 의원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일정이 알려지자 대검은 기자실에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공지했다. 대검은 “(이번 기자회견을 허용하면) 앞으로 일반인이나 민원인, 개인 유튜버 등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다 허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고 했다. 법조기자들은 이런 검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내부 논의를 거쳐 “기자실은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취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공적 관심사의 경우 인위적 제한 없이 취재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그러자 서울고검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기자실은 물론 일반 민원인도 출입하는 청사 현관문을 폐쇄했다. 청사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오후 3시50분 현재 서울고검은 출입카드를 찍은 뒤 뒷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변호인과 수사를 받는 정치인 등의 검찰청사 내 기자실 기자회견은 여러 차례 있었다. 검찰 수사 당일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기자실에 들러 입장을 밝히도 했다. 기자회견을 요구한 주체가 누구인지, 기자회견 취지가 무엇인지에 따라 기자실 기자회견을 수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검찰이 아닌 기자실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정 실장 구속 여부에 수사 명운이 달린 검찰이 사실상 언론통제를 통해 변호인 방어권조차 보장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심사 직후 변호인이 기자실을 찾아 수사 내용을 흘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을 수 있다. 다만 국민적 관심 사건에서 변호인이 기자단과 협의해 예정된 기자회견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검찰의 전례 없는 기자회견 통제 조처를 두고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에서 <문화방송>(MBC) 취재진을 배제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법조인은 “기자실이 서울고검 청사 내에 있다는 이유로 기자단 논의로 수용한 기자회견을 막는 것은 과거 전례를 볼 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장소는 중요한게 아니다. 사건 당사자가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검찰이 그걸 막았다는게 포인트다. 검찰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각을 갖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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