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부 ‘피고소인에 욕설’ 진상조사
검사가 피고소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6일 인천지검과 대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사기 혐의로 고소된 건설부품 업체 대표 원아무개(56)씨는 지난해 7월 인천지검 형사부 ㄱ아무개(39) 검사에게 무혐의 입증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원씨가 ㄱ 검사에게 소명자료를 검토해 줄 것을 종용하자 ㄱ 검사는 “(내가) 얘기 안 들었어?”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고, 원씨가 “왜 그렇게 반말을 하고 그래요?”라고 항의하자 “얘기 안 들어 준거 있냐고. 그럼 너도 지금부터 반말해”라고 막말을 했다.
ㄱ 검사는 또 “누명을 쓰고 있으니 밝혀 달라”는 원씨의 말에 “(그런 건) 판사한테 얘기 해야지 왜 여기 와서 그래 … 나 못밝혀, 나가 임마. 가, 빨리 가! 쟤 내보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ㄱ 검사는 화가 난 원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나가 이 ○○놈아”라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이날 녹취록을 공개한 원씨는 “부당하게 구속될 것 같은 위협을 느껴 소형녹음기로 조사 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지난해 8월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은 정상명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피의자 인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 총장은 지난달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법복은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을 가려주는 ‘특권의 망토’가 아니며, 만인 앞에 여러분을 발가벗겨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옷’”이라며 “내부에 권위적인 풍토가 남았는지 되짚어보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정 총장의 이런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대검 감찰부가 이날 곧바로 진상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한 검사는 “이런 사안이 있으면 지검이나 관할 고검에서 먼저 조사를 한 뒤 대검 감찰 여부를 결정하는데 대검 감찰부가 바로 조사에 들어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