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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딸아, 손 한번만…삼풍 희생자 엄마, 대역과 손깍지 사진 찍기까지

등록 2022-12-01 07:00수정 2022-12-01 15:17

‘참사 희생자 가족사진 프로젝트’ 어떻게 진행했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 손경아씨의 어머니 김덕화 씨가 사진촬영 중 눈물을 보이자 백소아 기자가 위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 손경아씨의 어머니 김덕화 씨가 사진촬영 중 눈물을 보이자 백소아 기자가 위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천안함, 용산, 대구지하철,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한국 사회는 참사가 반복됐습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40여건의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참사에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5월 <한겨레> 사진부 기획팀은 ‘3D 나이변환 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참사 희생자의 현재 모습을 구현해 가족사진을 선물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였습니다.

출발점인 섭외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한데, 제가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명해 준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이제 와서 가족 사진을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대구 지하철, 천안함, 학교폭력 등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 가족들이 나서길 주저했습니다. 가슴에 묻어왔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다, 얼굴이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딸, 아들, 형, 누나,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가족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보상비를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 ‘자식 팔아 장사하냐’라는 말들은 이들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몇몇 대형 참사 이외에는 제대로 된 추모 조직도 꾸려지지 않아 홀로 상처를 보듬으며 현재까지 버텨왔습니다. 한 유가족은 “내가 죽고 나면 죽은 이들을 누가 추모하고 기억해주겠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손영수, 김덕화 부부가 대역 모델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손영수, 김덕화 부부가 대역 모델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다행히 몇몇 가족이 응해주셨지만, 그후에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참사 희생자와 비슷한 나이와 체형을 가진 분을 대역 모델로 구해야 했고,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한데 모아야 했습니다. 희생자 가족분들의 용기와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유가족의 요구는 단 하나였습니다. “용기 내서 카메라 앞에서 섰으니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보답해주세요.”

유가족의 용기 덕분에 가족사진이 한 장 한 장 완성됐습니다.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은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양과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이용한 ‘3D 나이변환 기술’로 현재의 얼굴로 변환됐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이아이(AI)·로봇연구소의 기술적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후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현재 시점의 얼굴을 합성해 가족 사진을 완성했습니다.

대역 모델의 손을 잡고는 눈을 떼지 못하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고 손경아씨 어머니 김덕화씨, 세상을 떠난 오빠에게 쓴 편지를 읽다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심동선씨의 막냇여동생 심경화씨, ‘나와 남편을 기억해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의 부인 김영덕씨 등 가족사진을 찍는 현장은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카메라를 내려놓고 유가족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이는 것뿐이었습니다.

&lt;한겨레&gt;는 참사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3디(D)나이변환기술’을 이용해 현재의 모습으로 구현했습니다. 왼쪽부터 고 박수현(세월호 참사), 양회성(용산 참사), 손경아(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김중식(성수대교 붕괴사고), 문송면(산재 사망), 심동선(5.18 민주화운동)씨. 백소아 박종식 기자
<한겨레>는 참사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3디(D)나이변환기술’을 이용해 현재의 모습으로 구현했습니다. 왼쪽부터 고 박수현(세월호 참사), 양회성(용산 참사), 손경아(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김중식(성수대교 붕괴사고), 문송면(산재 사망), 심동선(5.18 민주화운동)씨. 백소아 박종식 기자

40여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형참사가 반복됐습니다. 언론의 관심 속에 떠들썩한 검경의 수사가 이뤄졌지만 책임지는 책임자는 없었습니다. 말단 공무원이나 현장 직원들에게 칼날이 꽂힙니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책임자들은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누군가는 삼풍백화점을, 누군가는 성수대교를, 누군가는 세월호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수없이 반복됐던 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 및 제대로 된 추모가 이뤄져야 합니다. 작은 힘을 보탭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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