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보고 직접 찾아가 받아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소중한 기록”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소중한 기록”
“친절한 빵집 아가씨 사인 보셨나요?”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이 죽고 난 뒤에도 오래 기억됐으면 합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동 574번지 건물 지하에 ‘사인전시관’을 차린 채창운(60)씨는 각계 인사들의 사인을 모으는 ‘사인 수집광’이다. 1천원의 입장료(학생 500원)를 내면 둘러볼 수 있는 50여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역대 대통령 등 정치인들과 운동선수, 연예인, 작가 등 유명인사들 사인 5천여점이 벽에 가득 걸려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씨 등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과 히딩크 감독 등 외국인 사인도 한눈에 들어온다. 또 박지은, 박세리, 서리나 윌리엄스, 박찬호, 이승엽, 박주영, 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와 소설가 박경리, 시인 고은, 김수환 추기경, 영화배우 배용준, 산악인 박영석, 국악인 안숙선씨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 사인이 수두룩하다. 그뿐 아니다. 60년 무사고 운전자, 최고령 고입 검정고시 합격자, 서울 강남의 친절한 빵집 아가씨,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 다리를 잃은 용감한 시민 등 평범한 사람들 사인에 특히 애정이 간다고 채씨는 말했다. 신문기사를 보고 취재기자에게 부탁해 연락처를 구한 다음 직접 찾아가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사와 함께 예쁘게 비닐로 포장돼 전시관 한쪽 면을 채우고 있다. 채씨는 2002년 우연히 서울 청계천 고서점에서 1962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을 보고 ‘사인은 한 개인의 역사적 기록’이라고 생각해 수집하기 시작했다. 채씨는 그 후 팬사인회와 공연장, 행사장, 경기장, 호텔 등 유명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장소를 마다지 않고 찾아다녔다. 직접 집으로 찾아가 밤새 기다리거나, 감동어린 편지를 보내 사인을 부탁하는 등 사인을 받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어려움도 많았다. 행사장에서 사인 한장 받으려다 경호원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고 몇시간씩 기다린 보람 없이 유명인을 만나보지 못한 채 허탕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채씨는 “이곳에 모아둔 사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며 “열심히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 기록을 보관하는 것은 무척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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