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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왜 머스크처럼 안될까? 망상과 창의력의 ‘차이’

등록 2022-12-11 09:00수정 2022-12-11 09:22

[한겨레S] 전홍진의 예민과 둔감
미충족 요구(unmet need)의 충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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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씨는 30대 남성으로 제약회사 연구직을 그만두고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차렸습니다. 그는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워했고 자신이 개발한 신물질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면 이들의 고통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성하씨는 자신이 동물실험까지 마친 연구 내용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발표를 들은 청중은 성하씨의 연구에 무척 관심을 보였고,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했습니다. 성하씨는 이런 반응을 보며 자신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이야기했고 자신도 신약 성능을 확신했습니다.

머스크와 같은 점, 그리고 다른 점

하지만 성하씨가 만든 신약은 임상시험에서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성하씨는 연구원들이 실험을 잘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암 환자들은 죽어가는데 이렇게 좋은 신약이 나오는 시간을 늦추게 하는 사람이 있다며 누군지 찾아내겠다고 분노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신약이 암 치료를 넘어 코로나를 완치할 수 있다며 새로운 효과에 대해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성하씨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성하씨는 자신을 떠나는 사람들이 신약 연구 내용을 유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개발 내용을 직원들에게도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망상과 창의력은 남과 다른 독특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망상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믿거나, 이치에 맞지 않게 생각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창의력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새롭고 적절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성하씨의 신약 연구가 창의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망상이었던 것처럼 망상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신념이나 웅변에 더 강합니다. 이를 유명인 일론 머스크와 비교해봅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창의적인 도전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어릴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열두살에 ‘블래스타’(Blastar)라는 우주를 날아가는 비디오게임을 개발했고, 판매까지 했습니다. 로켓 연료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로켓에 넣고 시험 발사한 적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무척 독특했기 때문에 주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건 기본이고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자동차를 기름이 아닌 전기만으로 움직이겠다고 했을 때 이를 망상이라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이미 1824년 헝가리의 예들리크가 발명했고 1912년 판매도 정점을 기록했습니다. 1920년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어 휘발유 가격이 폭락하며 전기자동차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머스크는 전기 배터리가 저렴해지고 성능이 향상되면 다시 전기차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겠다는 그의 꿈은 더 망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연구인 브레인머신인터페이스(BM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는 뇌파 측정과 전송을 통해 사지마비 환자들이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우리 뇌는 전기로 움직이고 있고, 이 전기 신호를 제어한다면 움직이지 않는 신체를 움직이거나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망상처럼 보이지만 머스크가 첨단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어내고 선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하씨와 머스크 사이에는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가 있습니다. 성하씨는 암을 완치하려고 했고 머스크는 전기로 가는 차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두 사람은 인류가 지닌 미충족 요구(unmet need)를 충족한다는 점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성하씨는 그 분야의 전문가나 직원들을 설득하고 함께할 수 있는 논리성과 유연성이 부족했습니다.

‘나만의 성’에 가두는 망상

망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기 쉽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머스크처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창의력을 곳곳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 망상적인지 창의적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에게 이러한 특성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조직의 리더가 망상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면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성하씨는 직장 인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우울증에 피해망상이 동반된 것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망상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조절하는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성하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이 줄어들고 주위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개발한 신약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한계점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망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 안에서 갇혀 지내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망상의 대표적인 예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조직적으로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배우자가 부정을 한다는 부정망상, 자신이 과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과대망상 등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이런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망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동반된 정신건강의학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습니다. 자세한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며, 이 글로 쉽게 자가 진단을 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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