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6일 오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주한미군 게리오웬 기지 옆 문산천변의 한 웅덩이에 엷게 떠 있는 기름띠를 가리키고 있다
미군 떠난 파주 기지 2곳 주변 르포
실개울은 철구조물 산화로 붉은색 띠어
실개울은 철구조물 산화로 붉은색 띠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마을 뒤편 문산천 상류. 둑을 걸어 내려가 보니 안쪽에서 느리게 흐르는 하천 가장자리 곳곳에 기름띠가 엷게 떠 있었다. 하천과 둑 사이 이곳저곳에 만들어진 웅덩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름띠가 떠 있는 웅덩이 옆 바닥을 준비해 간 삽으로 걷어낸 뒤 코를 가까이 대자 기름 냄새가 풍겨 올라왔다. 물이 흐르고 있는 하천과 10m도 채 안 떨어진 둑 너머는 2004년 말까지 주한 미2사단의 전차대대가 주둔하다 떠난 게리오웬 기지다. 환경부가 지난해 벌인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에서 전체 면적 8만6천평 가운데, 최대 1만6천여평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 이상의 유류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하천가에 띄엄띄엄 보이던 기름띠는 이상하게도 게리오웬 기지 주변을 벗어나 상류 쪽으로 올라가자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보니 기지 옆이지만 주민들이 사는 하천 반대쪽 가장자리에서도 기름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가에 떠 있는 기름 성분이 바로 옆 미군기지에서 배어나온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동행한 이현숙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반환예정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미군기지 안 오염물질이 기지 울타리 밖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토양 속의 오염물질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빗물을 타고 인근 토양과 하천, 지하수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산천변의 오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게리오웬 기지에서 문산천을 따라 500m쯤 아래쪽 둑 옆에 자리잡은 자이언트 기지 옆 하천변도 비슷했다. 이번에도 기름띠는 기지 쪽 하천변에서만 발견됐다. 이 국장은 “파주시 상수도 취수장은 문산천과 임진강의 합류 지점에서 2㎞쯤 상류에 있지만, 만조 때의 역류가 취수장 상류 4㎞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군기지에서 나온 오염물질에 의한 상수원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이언트 기지에서 남쪽으로 20㎞ 남짓 떨어진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의 하우즈 기지에서 나와 밭둑 사이로 흘러가는 실개울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밭둑을 내려가 살펴보니 물이 붉은 것이 아니라 물 밑 자갈들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붉게 보인 것이었다. 이 실개울 사진을 본 환경부 관계자는 “방치된 철 구조물들에서 산화돼 나온 철 성분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바닥을 물들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갱내수가 흘러드는 폐광지역 하천 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개울물은 강한 산성을 띠기 때문에 겉으로는 맑은 듯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물이다. 안윤태 파주시 시정모니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하우즈 기지 안 지하수에 페놀이 정화 기준치의 최대 70배까지 검출됐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생각해보면 그 개울물에 과연 철 성분만 함유돼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미군기지가 주변 지역으로 환경오염을 확산시키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여 미국 쪽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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