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취임사를 통해 ‘1호 지시’로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로 확대하는 개편안이 행정안전부에서 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직접수사 확대와 관련된 조직 신설안도 대부분 제동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 최고 실세 장관들이 맡고 있는 두 부서의 조직 논리가 충돌한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법무부가 제출한 ‘하반기 수시 직제 요구안’을 검토한 뒤 지난달 초 ‘대부분 반영할 수 없다’고 법무부에 통보했다.
법무부는 한 장관 지시와 검찰 요구를 종합한 뒤 행안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직제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복원 △대검 반부패부·강력부 분리 △대검 반독점과 신설 △범죄수익환수부(서울남부지검·부산지검) 신설 △인권보호관 직제화 △여성·아동범죄조사부 11곳 확대 설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현행 1개 부서에서 2개 부서로 늘리는 방안만 수용하고 나머지 요구는 모두 거부했다. 직제 개편으로 검찰 인력과 예산이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한다. 행안부 정부조직 관련 담당자는 13일 “법무부가 요청한 직제 개편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정규조직이 될 만한 독립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요구는 거부했다. 데이터를 통해 업무량과 수요를 분석해 직제 개편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검 1개 부서만 추가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한 법무·검찰은 확대한 조직을 정식 직제로 ‘정규화’하려 했지만, 정부 조직·인원 확대에 보수적인 행안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한 장관은 검찰 안팎에 ‘전 정권에서 폐지된 조직 부활 1호 지시’로 대대적으로 홍보된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정식 직제화가 좌절되면서 머쓱한 처지가 됐다.
법조계와 관가에서는 윤석열 정부 2인자이자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 장관이 윤 대통령 고교·대학 후배로 또 다른 실세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손발이 안 맞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행안부는 최근 ‘통합 활용 정원’ 제도에 따른 신규 인력 155명을 법무부와 검찰에 몰아준 바 있다. 이는 전체 신규 배정 인력 458명의 3분의 1에 달한다. 법무부는 “조직 확대 요구가 행안부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통상 절차에 따라 원만히 협의했고 대립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검사 정원을 5년간 220명 증원하는 검사정원법 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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