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가수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의 행위는 수사 등 형사사법 기능의 침해하는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피해자에게 구체적·직접적 해악을 고지해 협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8월 마약 혐의로 체포된 가수 연습생 출신 ㄱ씨가 와이지 소속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BI·김한빈)의 마약 구매 혐의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하자, 비아이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 ㄱ씨를 회유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양 전 대표가 자신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불러 비아이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라고 종용하면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양 전 대표 쪽은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비아이는 이 사건과 관련된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5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시작된 뒤 피해자는 오히려 와이지 소속 다른 가수에게 반복적으로 마약을 제공했고, 양 전 대표에게 진술을 번복하는 대가를 요구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양 전 대표의 발언 등으로 피해자가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될 정도로 공포심을 느끼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람의 기억은 경험칙상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 피해자는 2018년 8월 최초 언론 인터뷰 당시에는 양 전 대표가 ‘너를 망가뜨리는 것이 쉽다’라고 말했다고 했다가, 2019년 공익신고 이후에는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며 더 강화된 표현을 사용했다.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수록 정황에 대한 진술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내용이 더해져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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