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임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무사가 '안보·보수단체' 조성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옆은 김형남 사무국장.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 탄핵 정국을 수습할 방법에 대해 건의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28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를 상대로 대법원에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일부승소해 ‘현 상황 관련 보고서1(현 시국 수습을 위한 전문가 의견)’ 제하의 1쪽짜리 문건을 확보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이 문건은 2016년 11월7일 기무사 정보융합실이 작성해 최재경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현 시국 조기 안정화를 위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 보고 드린다”며 건의 사항을 △대통합을 위한 소통행보 강화 △대통령님의 공정한 수사 의지 시현 △사회불안 조성 세력에 대응 △사회·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대책 마련 등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설치, 영수 회담 개최시 특별검사 구성요청, 종교계 지도자들과 진솔한 대화로 사이비 종교 연루 이미지 불식, 시민단체 경찰과 협의로 평화적 시위 유도,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 검토 등을 제안했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센터가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기무사 보고서는 35건으로 이 가운데 25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센터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기무사 정보융합실 보고서 목록에는 △문재인 캠프의 국정원 개혁 구상 복안 △최근 안철수 캠프 내부 분위기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향후 행보 전망 등 당시 야권 후보들의 움직임에 대한 문건이 많다.
군인권센터는 “정보기관인 기무사는 이러한 정국 수습책에 관심을 둘 까닭이 없다. 이를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할 까닭은 더더욱 없다. 명백한 월권이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기무사는 군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권력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1일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2016년 탄핵 정국 때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청와대에도 보수단체 ‘격려’ 등을 제안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무사의 ‘안보·보수단체 활동 강화추진’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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