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에 글을 쓰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본인확인 절차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의 본인확인조치 의무화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5 1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6월19일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과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했으나, 게시판 운영자들이 본인확인을 요구해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했다. 이에 ㄱ씨는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의 본인확인조치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공공기관이 아닌 누리집과 달리,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은 공공성이 더 크다는 이유로 ㄱ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공공기관이 아닌 누리집 게시판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조항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헌재는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의 본인확인조치는 정보통신망의 익명성 등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의 누리집 게시판은 그 성격상 대체로 공공성이 있는 사항이 논의되는 곳으로, 다른 누리집 게시판에 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ㄱ씨의 청구는 일리가 있다고 봤다. 본인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공공기관 누리집 게시판에서 표현을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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