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열차 5분내 시위” 법원 조정에…오세훈 “법치 파괴” 사실상 결렬

전장연, 서울중앙지법 강제조정안 수용
오세훈 시장 “법치 파괴…수용 못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장애인권리예산의 여야 합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열차운행을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서울교통공사(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5분 이내’ 지하철 시위는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사도 조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지만, 오 시장은 “법치를 파괴하는 조정안”이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1일 전장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의 조정안이 공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미이행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명시하지 않아 불공정한 조정안”이라면서도 “재판부가 조정한 지하철 탑승을 기꺼이 5분 이내로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전장연에는 열차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강제조정했다. 강제조정은 법원이 조정에 나섰으나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할 때 법원이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사가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공사가 받을 불이익에 대해선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한 전장연은 ‘5분 이내’ 지하철 시위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전장연은 “재판부가 조정한 지하철 탑승을 기꺼이 5분 이내로 하겠다”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도 사법부의 조정안을 수용하라”고 밝혔다. 오는 4일까지 서울교통공사가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강제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되고, 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재판 절차로 돌아간다.

공사가 아직 이의신청을 내진 않았지만, 오 시장이 조정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정식 재판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엠비엔>(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그동안 1년간 (지하철을) 지연시킨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서울시가 행사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법치를 최전선에서 구현해야 할 판사님이 법치를 오히려 파괴하는 조정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는 그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 공간에서 장애인 권리를 알리는 ‘지하철 행동’에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전장연은 “2023년에는 ‘장애인 시민권’ 보장에 함께 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연대 발언, 노래·연극·춤 등 재능 나누기와 같은 다양한 방식의 ‘지하철 행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