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의 줄퇴임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첫 헌법재판관 인선 작업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 보수 기조가 뚜렷해지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헌재 구성의 다양성을 유지할 후보 지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선애·이석태 헌재재판관 후임을 지명하기 위해 오는 6~16일 후보자를 추천받는다고 4일 밝혔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임명·선출·지명한다. 오는 3월28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선애 재판관은 2017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4월16일 정년(70살) 퇴임하는 이석태 재판관은 2018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만 할 수 있는 대법관과 달리, 헌법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그만큼 대법원장의 소신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의 경우 실질적인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는 반면, 헌법재판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명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대법원장이 좀 더 소신있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헌법학계에서는 이선애·이석태 재판관 퇴임으로 헌재 다양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선애 재판관은 역대 재판관 중 3번째 여성 재판관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2019년 4월 ‘낙태죄’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인권변호사 출시인 이석태 재판관은 헌재 최초 비법관 출신 재판관이다. 헌재 내에서 가장 진보적 시각을 견지한 재판관으로 꼽힌다.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 현직 교사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위헌 의견을 냈다. 임명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정치 성향을 문제 삼아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이 모두 교체된다는 점에서, 이번 후임자 인선은 특히 주목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기본권의 보루인 헌법재판소 보수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대법원장에게 재판관 지명권을 준 이유는 현 정부의 의중과 관계없이 소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되 다양성과 이념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판관 지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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