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김포FC 유소년팀 소속 ㄱ군(16)의 죽음과 관련해 집단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당한 코치들이 구단과 재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FC는 지난해 11월 유소년팀 코치 전원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앞서 8월에는 유소년팀 감독과도 재계약했다. 같은 해 4월27일 ㄱ군이 유소년팀 숙소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각각 7개월, 4개월여 만이다. 이번에 계약 기간을 연장한 코치진에는 ㄱ군이 남긴 유서에서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 두 명이 포함돼 있다.
사망 당일 새벽 ㄱ군은 자신의 카카오톡 메신저에 해당 유소년팀 코치 두 명과 선수(6명), 중학생 시절 축구팀 선수(2명) 등 열 명의 이름을 열거하며 “이들은 내가 죽어도 저주할 거고”라고 적었다. 이어서 “○○○ 코치의 차별과 △△△ 코치의 폭력 언어폭력 매번 자살 충동을 느끼고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도 썼다. 코치진에 의한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는 폭로다.
지난해 4월 김포FC 유소년(18살 이하)팀 소속 ㄱ군이 사망한 뒤 구단이 배포한 추모 이미지. 김포FC 페이스북 갈무리
이러한 정황은 사건 직후 유가족의 요청으로 구단에서 실시한 자체 설문 조사에서도 파악된다. 당시 선수들이 적어낸 설문에서는 “팀에 무리 지어 다니는 이들(선수들)이 있다. 나쁜 장난도 했다”, “(무리가) 힘을 과시했다. 코치님은 걔들을 편애하는 느낌이다”, “△△△ 코치는 말을 험하게 하고 ○○○ 코치는 자존감 떨어뜨리는 말을 가끔 한다” 등의 내용이 발견된다.
ㄱ군의 죽음은 보도를 탔고, 이후 시작된 김포경찰서와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가 장기화한 사이 구단은 명단 속 코치 및 선수들과 동행을 결정했다. 김포FC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건 결과가 명백하게 나올 때까지 공동 책임을 위해서라도 같이 있기로 판단했다”며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징계하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외부기관의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지도자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기본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재계약하기보다는 계약을 유보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 유가족을 위로했어야 한다”고 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피해자 입장에서 선수 보호를 우선시했으면 하는데 그런 인식이 부족한 거 같다”고 짚었다.
숨진 ㄱ군의 아버지 ㄴ씨(48)는 “지도자들은 아이들에 대한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 그만둔 (다른 학생) 부모들도 이런저런 눈치 보면서 조심하는 상황에서 계속 지도를 하는 건 본인들이 떳떳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감독도 대표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응당한 대처를 하겠다고 했는데 무얼 했나”라며 “김포FC가 8개월 동안 우리 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8개월 넘게 조사해온 스포츠윤리센터는 조만간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포FC는 앞선 통화에서 “심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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