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을 위한 앱에서 만난 이들이 지난해 여름 10박11일 몽골 여행에서 찍은 사진. 김경민씨 제공
직장인 김경민(30)씨는 지난해 여름 몽골로 10박11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 이들 모두 김씨와 같은 ‘비혼 여성’이었다. 비혼 여성 친구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이들은 남을 의식한 머리와 옷 꾸밈 등을 최소화하고 편한 차림으로 여행을 다니는 ‘디폴트립(기본을 뜻하는 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 여행’을 다녀왔다. 김씨는 “대부분 초면이었지만 비혼 여성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쉽게 친해졌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정감이 든다”고 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20·30대 비혼 여성이 증가하면서 비혼 여성을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 가입자도 늘고 있다. 기존에도 지역별로 비혼 여성들이 함께 교류하고 생활하는 공동체들은 있었지만, 최근 엠지(MZ)세대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조금 더 가벼운 방식으로 비혼 여성 친구를 사귀는 추세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늘어나는 등 점점 비혼 여성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직장인 권아영(32)씨가 비혼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비혼 여성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3년 전 권씨는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 안에 편입되지 않겠다며 비혼 결심을 굳혔지만, 이내 불안감을 느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비혼 여성 친구들을 사귀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기존 사회의 규범을 벗어난 친구들인 만큼 연대감이 더 끈끈하게 들었고, 제 인간관계도 오히려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들이 비혼 친구를 구하는 앱인 ‘페밀리’ 이용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1년 8월 오픈한 ‘페밀리’는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 1만명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 커뮤니케이션 부분 5위 등을 기록했다. 만 19살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으며 온라인 게시판이 운영되는 것은 물론 운동·외국어·취미 등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소모임 회원을 모집하는 글도 여럿 올라온다. 특히 해당 앱에서 활동하는 비혼 여성들은 대부분 엠지(MZ)세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권씨는 “원래는 온라인 만남에 부정적이었지만 평소 인간관계만으로는 비혼 여성을 찾기 어렵다 보니 앱을 통해 친구를 찾게 된 것”이라며 “이곳에서 만난 비혼 여성 중 20대 초·중반이 많은 점도 놀라웠다”고 했다. 비혼 여성 가운데서도 ‘아이티(IT) 개발자 모임’ ‘웹 소설 창작자 모임’ 등 세분화된 모임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통계를 보면 비혼 여성의 숫자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전체 가구 중 16%가 여성 1인 가구이며, 지금의 증가 추세대로라면 10년 뒤 전체 가구의 20%가 여성 1인 가구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비혼 여성들이 제작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나 콘텐츠 등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비혼’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비혼세>는 재작년 말 누적 조회수 800만회를 기록했다. 비혼 여성 커뮤니티 ‘에미프’에서 만난 비혼 여성들이 만든 잡지 ‘비평’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10권의 잡지를 펴내며 누적 1500명의 후원을 받았다. ‘비평’ 관계자는 “‘집’이라는 주제를 다룬 호에서는 비혼 여성이 집을 수리할 때 필요한 공구를 소개하는 식”이라며 “비혼 여성들 간의 느슨한 연대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