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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긴급조치 9호’ 억울한 옥살이한 교사…법원 “가족들도 위자료”

등록 2023-01-10 11:21수정 2023-01-10 11:28

국가 상대 민사소송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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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발령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중학교 교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정현석)는 전직 중학교 교사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신적 손해배상금 2억185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ㄱ씨 쪽과 국가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서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확정됐다.

이씨는 1978년 7월 교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국가와 정부 시책을 비판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 2년6개월 및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국가원수에 대한 비방’을 이유로 교직에서도 파면됐던 ㄱ씨는 오랫동안 복직하지 못하다가, 2000년 3월 ‘해직교사 특별채용 방침’에 따라 복귀해 8년간 교사 생활을 한 뒤 2008년 2월 정년퇴직했다. 이후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재심에서 무죄를 받자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씨는 자신뿐 아니라 아내와 자식 등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위자료도 청구했다. 또 불법체포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받았을 급여와 퇴직수당의 배상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ㄱ씨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만 32살에 위법하게 체포돼 369일 동안 불법 구금됐으며, 결혼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상황에서 구금돼 아들의 출생도 지켜보지 못했다. 20년 넘게 교사의 직위를 회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출소 이후에도 상당 시간 감시 및 사찰을 당했다”며 국가가 ㄱ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ㄱ씨 본인은 약 2억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고, 아내 1억원, 아들 4000만원 등 가족들의 위자료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부의 불법체포로 이씨가 받지 못한 일실 퇴직수당 6350만원도 함께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일실 퇴직수당은 이씨가 2018년 1억여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은 점을 고려해 산정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결을 뒤집고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형사보상금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례를 변경한 데에 따른 판단이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권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이 판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포장돼 청와대에 제시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 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이로부터 7년여 만인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에 의한 불법적인 수사와 구금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과거 판례를 뒤집었다.

이같은 대법 판결 이후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인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해 9월 국가를 상대로 1억4천여만원을 손해배상을 인정받았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017일 동안 불법 구금됐던 김명식 시인도 지난해 10월 2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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