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도서정가제의 위헌 여부를 다툴 헌법재판소 공개재판이 이달 중 열린다. 헌재가 이 제도와 관련해 공개변론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오는 1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4·5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해당 조항은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되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대형서점 등은 ‘10%의 판매가 할인+마일리지 적립·할인권 제공’으로 정가의 최대 15%를 할인해 책을 판매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왜곡된 출판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이 커지는 등 출판업계 변화가 나타나면서 제도 취지와 달리 소비자 피해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헌법소원을 낸 전자책 작가 ㄱ씨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할인 등의 마케팅 기회를 차단당했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시장을 공유하지 않으므로 골목상권, 신인작가, 영세 출판사를 보호하는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ㄱ씨 쪽 참고인으로 공개변론에 출석 예정인 윤성현 한양대 교수(정책학과)도 “현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인쇄술을 바탕으로 사상이 유통되던 시대의 제도로, 콘텐츠의 생산·소비방식 및 유통·배포 방식이 변화한 현시대에는 재고가 필요하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도서정가제가 신인작가를 발굴·보호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미 온라인 서적 구매가 보편화되어 지역 서점 보호 효과도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는 중소형서점의 보호뿐만 아니라 출판사 및 저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도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국가를 달성하려 것”이라며 “도서정가제가 달성하는 문화국가의 원리 실현과 경제 민주화 달성이라는 공익은 ㄱ씨가 침해받는 사익보다 중요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문체부 쪽 참고인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도 “도서정가제는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가격제도다. 소수 언어권인 우리나라의 학문과 문화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헌재에 밝혔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2010년 8개 출판·서점 단체에 의해 제기된 적이 있지만, 청구인 자격 미달로 제대로 된 헌재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 당시 헌법소원을 낸 단체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10% 할인 등을 제공할 수 없는 영세업자로서 대형서점과 경쟁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당시 헌재는 청구인들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각하(형식적 요건 미비로 실체적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청구를 배척하는 결정)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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