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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원폭2세 피해규명 복지부 나서야”

등록 2005-02-14 18:48

인권위 ‘협심증등 일반인의 최고 90배’ 발표
예산등 조사 한계…“장기적 규명을” 여론
‘사회적 책임성 고려 선지원 후규명’ 주장도

[6판]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피해 2세(원폭 2세)들의 건강실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좀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조사를 위해 담당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원폭 2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원폭 피해에서 비롯한 것임을 입증하는 과제를 피해 당사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첫 실태조사 ‘의미’, 그러나 한계 많아=이번 조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건강상태를 최초로 조사해 보고한 것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조사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점 등 시간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지극히 제한적인 면접조사와 더불어 우편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조사 결과도 매우 추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인의협은 최종보고서에서 “앞으로 원폭 피해자들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에 정책권고를 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권위가 정책권고를 하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 걸릴 전망인데다, 복지부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 복지부는 그동안 “일본 정부와 외교문제가 있는데다 ‘원폭에 의한 영향’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일단 인권위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받아보고 (전면적인 실태조사 실시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원폭 2세들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싶지만, 일본에서조차 (원폭 2세들의 질병이) 원폭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자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정부가 규명하라”=원폭피해 2세 가운데 선천적 기형을 안고 출생하거나 유전적 질환 및 원폭병과 유사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최소 23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희귀·난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과도한 진료비와 질병으로 인한 장기간의 노동능력 상실 등으로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원폭 2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복지 및 의료지원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다.

인의협은 “원폭피해 2세 중에는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힘들지만, 매우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선입증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서 당사자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인의협은 또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성을 고려할 때 먼저 지원을 하고, 원폭피해에 의한 유전효과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을 정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함으로써 이번 실태조사의 직접적 계기를 마련한 ‘한국원폭2세환우회’도 ‘선지원 후규명’ 방식의 ‘의료원호’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망서’를 인권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형률 환우회장은 “우리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에 의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폭피해자가 된 전쟁범죄 피해자들”이라며 “우리의 문제를 오직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도록 강요해온 것은 명백한 국가권력의 폭력이며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일 한국인 피폭자 대우는
소송제기때만 ‘생색내기’ 대책
고법 배상판결에 상고하기로

한국(조선)인 피폭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억지 춘향’ 식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피폭자에 대해선 원호법에 따라 의료·생활원호를 해오고 있지만, 한국(조선)인 피폭자들은 소송을 제기하면 확정판결의 범위 안에서 조금씩 대책을 내놓았다.

1978년 피폭자 손진두씨가 일본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얻어냄으로써 한국으로 귀환한 피폭자도 일본에서 원폭 후유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렸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피폭자에 대해 보상책임이 있다는 게 당시 판결의 취지였다. 그렇지만 피폭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받는 것 말고는 보상을 받아내지 못했다. 최근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조선)인 피폭자에 도일 치료 때 일본 정부에 비용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보증인의 확약까지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0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피폭자 대책으로 40억엔의 의료지원금을 내놓았지만 무료치료와 건강진단, 진료보조비 등에 한정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 후생성은 74년 손진두 재판 1심에서 패소한 뒤 ‘통지 402호’를 내려보내 일본 국외에 거주하는 피폭자들을 일본 원호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배상이나 수당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 방침은 2001년과 2002년 이강녕·곽기훈씨가 원호법 적용확인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일부 효력을 잃게 됐다. 이어 지난달에는 강제연행된 뒤 옛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하다 원폭피해를 입은 조선인 노동자에게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히로시마 고법에서 나와 한국(조선)인 피폭자에 대한 배상의 길은 더욱 넓어졌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2002년 오사카 고법 판결과 배치된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자국 피폭 2세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이면서도 한국의 피폭 2세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거동이 어려운 피폭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에 따라 나가사키현에서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해 방문검진을 했으나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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