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예고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예고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도둑 조문”이라며 항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헌화한 뒤 “위로의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며 유가족을 찾았고, 한 유가족을 만나 “이런 젊은 청년들을 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여러 번 말씀을 드렸는데 한번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유가족은 2명뿐이었다고 한다.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할 일 안 해놓고 인제 와서 얘기를 하면 어떤 얘기를 하겠다는 거냐”, “국정조사 결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은 사퇴하길 요구하고 있다”고 항의하자 이 장관은 3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유가족 측은 이 장관으로부터 조만간 분향소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응당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 없이는 오지 말라”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방문 날짜와 시간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이날 오전 기습 방문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19일 분향소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가 5분도 못 돼 자리를 떴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성명서를 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의도적으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가장 없을 것 같은 날에 시민분향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진정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어떠한 소통도 없이, 설 연휴 전날에 분향소를 몰래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개별 유가족과의 비공식적 만남만을 요구하면서 유가족협의회의 전체 만남은 거부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이번 방문 이전 유가족협의회와의 공식적인 만남도 협의한 적 없다”며 “마치 행안부와의 만남을 못하는 것의 책임이 유가족들에게 있는 듯 이야기한 이 장관의 발언에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다면, 국정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면서 사퇴해야 한다”며 “동시에 공식적으로 유가족협의회에 직접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한 뒤 조문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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