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네이버 입점’ 믿었다가 발등 찍혔다…현금 이체 받자 판매자 ‘먹튀’

등록 2023-01-23 14:23수정 2023-01-23 21:39

“현금 결제하면 할인해주겠다” 구매자 접근
입금 확인되면 홈페이지 폐쇄하고 연락 두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 ‘주의’ 안내만
“온라인 현금 결제는 대부분 사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뒤 가짜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지영씨 제공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뒤 가짜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지영씨 제공

직장인 이지영(41)씨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한 판매점에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395만원 카드로 구매했다. 이씨가 결제를 마치자 곧바로 판매 상담원은 ‘동일한 상품을 현금가 10% 할인해주겠다’며 이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마트스토어 결제를 취소한 이씨는 상담원이 따로 안내해주는 ‘엘지이-몰(lge-mall)’ 판매 홈페이지에 들어가 안내받은 계좌로 340만원을 송금했다.

현금 이체가 불안했던 이씨가 이튿날 해당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다시 들어갔지만, ‘판매자 사정에 의해 일시적으로 운영 중단됐다’는 공지만 띄워져 있었다. 3일 뒤 상담원이 따로 안내했던 ‘엘지이-몰’ 판매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대표자와 스마트스토어 상담원과의 연락도 두절됐다. 이씨는 “사기일까 불안해 송금 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홈택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대표자 이름과 계좌번호 조회까지 모두 마치고 돈을 보냈다”고 말하며 허탈해했다.

이씨처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 온라인 결제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씨가 들어간 ‘결제 사기 피해자’ 오픈 채팅방에는 23일 기준 600여명 넘게 참여 중이다. 수십만원하는 의류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전자제품까지 피해액과 결제 물품은 다양하다. 사기꾼들은 유명 유통업체 등의 상표를 도용해 가짜 쇼핑몰을 만들어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들의 돈을 빼돌렸다.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선 ‘허위 안전결제’ 사기수법을 쓰기도 했다.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를 만들어 돈을 받고 잠적한 뒤, 구매자들이 환불 등을 요구하면 이들은 “수수료를 보내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입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직거래 유도 주의 안내’ 문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직거래 유도 주의 안내’ 문구.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현금 직거래 유도 주의’ 안내 문구를 공지하고 있지만,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씨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계좌에만 피해 신고가 13건 접수됐으며, 대부분 수백만원 상당 고가의 전자제품”이라며 “대부분 타인 명의를 도용한 계좌로 범행 저질러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입점 판매사 심사 등 피해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는 “뻔한 수법임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무통장 입금을 한 이유 중 하나가 ‘네이버에 입점한 가게’이기 때문이었다”며 “해당 행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스마트 톡톡에 온라인 도메인이나, 현금’이라는 단어가 입력될 경우 주의 경고가 자동으로 뜨게 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판매자들의 거래 데이터 등을 통해 사기로 의심되는 판매자들을 거르는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온라인 결제 사기가 끊이지 않자, 경찰은 지난 2020년 온라인 현금 결제 사기 대응을 위해 특정 계좌에 피해 사건이 접수되면 이를 자동으로 모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 사기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수사 기관 요청에 따라 금융기관이 계좌 정지를 해주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가 없어 기관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만약 온라인에서 ‘현금 계좌이체’를 요구한다면 대부분 사기로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엘지·삼성 등 대형 제조사나 유통업체 등도 소비자들에게 ‘가짜 홈페이지’ 주의를 안내하고 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판매사에 공식 판매점을 보증하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11번가·지마켓·옥션·인터파크 등 실제 구매자가 구매하는 오픈마켓의 판매점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도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으니 구매 전 꼭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엘지전자 공식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사칭업체 주의’ 안내 공지.
엘지전자 공식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사칭업체 주의’ 안내 공지.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