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공공기관 1550곳의 누리집을 대상으로 가족다양성과 관련한 편견 요소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상당수 누리집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불러올 수 있는 표현과 문장 등이 발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은 “공공기관 1550곳의 누리집을 대상으로 지난해 ‘가족다양성 편견 요소 모니터링’을 한 결과, 82개 공공기관 누리집에서 편견 요인이 발견됐다”고 31일 밝혔다.
가족다양성 편견 요소 모니터링이란, 대중이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홍보물 등에 △가족 구성 또는 형태, 가족 형성에 대한 고정관념 △가족 내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특정 가족 유형에 대한 부정적 편견 △특정 가족 유형에 대한 온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표현·이미지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한가원은 2020년 지상파·케이블 방송, 신문 등 미디어 콘텐츠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2021년 광역자치단체 누리집, 지난해엔 공공기관 누리집을 대상으로 관련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사례를 보면 부와 모, 자녀가 모두 있는 가족이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공공기관이 많았다. 가정의 달 행사 등을 홍보하는 자료에는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3인 가족 또는 4인 가족의 사진을 앞세운 기관이 다수였다. 가족의 유형과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홍보물뿐만 아니라 행사 참가 신청서나 설문지 등에서도 ‘정상가족 프레임’이 엿보였다. ㄱ공공기관 누리집에는 ‘부모와 함께하는 캠프 참가 신청서’라는 이름으로 행사 참가 신청서가 올라와 있다. 한가원 관계자는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이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일 것이라는 가정은 편견”이라며 “‘양육자(보호자)와 함께하는 캠프 참가 신청서’로 표현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 문화를 당연시 하는 홍보물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가사 활동, 돌봄 등을 여성이 주로 하는 일로 전제하는 표현이 많았다. ㄴ공공기관은 누리집에 ‘어린이 승용물 안전수칙’을 안내하면서 ‘엄마가 아기를 안고 타지 않습니다’라고 표현했다. 이 기관은 ‘아이가 호흡을 멈춘 경우 응급처치법’을 다룬 카드뉴스에서도 “어린이의 코와 입을 한꺼번에 엄마의 입속으로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설명했다. 육아를 하는 주체를 사실상 여성으로 한정한 것이다.
특정 가족 유형을 불우한 가정으로 전제하거나 낙인찍는 경우도 있었다. ㄷ공공기관이 누리집에 올린 보도자료를 보면 “ㄷ기관이 추석 명절을 맞이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온정 나눔 캠페인’을 추진한다. 정통 한식으로 구성된 위문품을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한가원 관계자는 “한부모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등을 통틀어 불우한 집단으로 표현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정 가족 유형을 이렇게 묘사하다 보면, 잘못된 편견을 강화할 수 있어 개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가원은 올해에는 헌법기관, 교육청 누리집 홍보물에 대해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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