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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취객 신고’ 매일 1022건…경찰 방치 논란에 가려진 법의 ‘구멍’

등록 2023-02-02 07:00수정 2023-02-02 13:53

응급실 보내거나 연고자 인계
가족이나 연고자 없을 땐 난감
지구대·파출소도 보호공간 없어
지자체·의료기관 등 공조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인도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시민이 경찰 보호 조처 미비로 사망하는 등 주취자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관이 만취한 취객을 방치한 혐의로 수사나 감찰을 받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운 날씨 및 도로 등 위험한 환경에서 경찰이 시민 보호에 안일했다는 비판과 별개로, 하루에만 1천건 넘는 주취자 신고와 관련해 미비한 법 규정과 이들을 보호할 시설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들은 모든 주취자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1일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번화가에서는 하루에 수십건씩 주취자 신고가 들어온다. 그들을 모두 지구대나 파출소에 보호할 공간도 없고 업무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루 평균 1022건의 주취자 관련 112 신고가 들어온다.

주취자 보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애초 경찰의 몫이었다. 과거 경찰은 2000년부터 전국 151개 경찰서 안에 ‘주취자 안정실’을 설치해 주취자를 경찰서 안에서 보호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구금이 아니냐’는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하면서 2009년 폐지됐다.

이후 경찰은 주취자를 병원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 보내거나 연고자에게 인계하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가 문제다. 부상이 없는 단순 주취자는 병원이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선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고민에 빠진 경찰은 2012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전국 18곳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각 센터에서 하루 평균 이용자가 2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경찰이 온전히 주취자 처리를 떠맡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찰 내부의 여론이 들끓자,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주취자 사망 사고가 벌어진 서울 동대문구 휘경파출소를 방문해 “현장에서는 입법, 관련 시설, 법적·제도적으로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그리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주취자를 단순히 ‘술 취한 사람’으로 규정하다 보니 보호가 구금이 될 수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발생했다”며 “특정 혈중알코올농도 이상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주취자를 사실상 환자로 규정하는 등 주취자 정의부터 다시 해 보호 및 치료 조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게만 주취자 보호 책임을 부과하기보다 지자체,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 등이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학)는 “초동 조처는 경찰이 해야 하겠지만, 지자체와 의료기관 등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적으로 주취자 보호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에선 2021년 4월 경찰 출신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 등이 이송한 주취자를 의료기관이 거부할 경우 과태료·영업정지 처분 등을 할 수 있게 한 ‘주취자 범죄의 예방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채윤태 장나래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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