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제조기계를 빌려줘 직접 제조하게 한 행위는 담배사업법상 ‘담배 제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ㄱ씨는 담배제조업 허가나 담배소매인 지정 없이 2017년 2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담배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담배 재료를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주는 기계를 갖춘 담배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연초 잎, 필터, 담뱃갑 등의 재료를 판매하고, 손님이 기계로 직접 담배를 만들게 해 한갑에 2500원씩 800만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담배사업법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담배제조업 허가 없이 담배를 제조하거나 관할 시장 등으로부터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고 담배를 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담뱃잎을 구매한 손님에게 담배 제조에 필요한 장소와 도구를 제공한 행위는 법률상 금지되어 있지 않다”며 ㄱ씨의 행위를 허가 없는 담배 제조나 판매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뒤집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연초 판매자가 궐련제조 설비까지 무료로 제공해 담배가공의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연초 판매자의 궐련제조라고 봄이 합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ㄱ씨에 대해 “담배를 제조했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인데, 이러한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긴 어렵다”며 “이를 제조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의 판매와 개별 소비자에 의한 담배 제조가 금지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영업방식이 위와 같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