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배우 유아인을 포함해 프로포폴 오남용이 의심되는 51명에 대해 경찰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인은 2021년 1월부터 투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식약처는 수사 의뢰한 이들을 두고 “전문가들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오남용이라 판단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식약처는 지난 2021∼2022년 프로포폴 처방·투약 기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유아인 등 51명의 환자·의사 등이 프로포폴을 오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날 경찰은 지난 6일 유아인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강남구와 용산구 일대 성형외과 등 병·의원 8~9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의료기록을 확보했다.
식약처가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이렇다. 식약처는 우선 비정기적으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의료기관과 환자의 투약 정보를 점검해, 상대적으로 1년 동안 많은 향정신성·마약류 의약품투약을 한 환자와 이를 제공한 의사를 추린다. 식약처는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18년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마약류 맟 향정신성 의약품을 취급하는 모든 약국과 의료기관, 제조업자, 수출입업자 등으로부터 의약품 유통 과정을 보고받아 관리한다.
식약처는 이후 이들 명단을 바탕으로 각 병원에 방문해 처방전 등 의료기록을 받아 치료 목적으로 해당 의약품을 사용한 것인지 확인한다. 여전히 향정신성·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례들은 각각 의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받아 실제 의료용으로 처방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확인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식약처는 1년에 한 번가량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에는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2021∼2022년 배우 유아인 등 51명이 프로포폴을 오남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아인은 2021년 1월부터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포폴 오남용 여부를 가르는 구체적인 수치 기준은 없다. 다만 식약처는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를 월 1회를 초과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며, 의사에게도 동일 환자가 같은 의료기관에 자주 방문하는 경우 다른 마취 의약품을 사용하라고 권고할 뿐이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환자마다 각자 질병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수치를 정해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식약처 전문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으로 프로포폴을 많이 처방받은 환자, 처방한 의사를 뽑아 의료기록을 확인하고 전문가 심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수사 의뢰된 환자들의 경우 ‘의료쇼핑’을 하듯 너무 많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집중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전문가들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오남용이라고 판단한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1년부터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할 경우 사용 자제력을 상실하게 하고, 강력한 충동과 지속적 갈망 현상인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호흡기능과 심장 기능 저하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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